▷27일 미래 변화와 금융 성장전략 세미나 열려
▷정희철 연구위원 "청년·중년의 퇴직 자산 축적할 기회줘야"
▷이어진 토론서 고령화에 따른 금융의 새로운 역할 강조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인구 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변화 속 금융산업이 위기를 넘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중장기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7일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미래 변화와 금융 성장전략' 세미나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금융:위기를 넘어 기회로'라는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열렸다. 발제는 '인구구조 변화와 자본시장'이라는 주제로 정희철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 연구위원이 맡았다.
이종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은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인구변화대응연구센터장,조은아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팀장, 강성호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 선임연구위원, 고제헌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정책연구팀장이 참석했다.
◇빠른 고령화가 자본시장에 미친 영향
정희철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와 세대 구조 변화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이 제시한 자료(2021년 기준 연령대별 자본시장자산 보유)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자본시장 자산 보유 비율이 급감했다. 실제 주식·펀드·채권 등 자본시장 자산은 45~49세에서 정점을 찍고 65세부터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75세 이상에서 자본시장 자산 비중은 1.1%에 불과했다.
정 연구위원은 "개인은 근로 기간 동안 자산을 축적하고 고령층이 되면 퇴직 후 근로소득의 불안정성, 의료비 지출 비용의 확대 등에 따라 주식 등 금융투자의 비중을 크게 축소하는 경향 때문"이라면서 "고령층 비중 증가에 따라 가계 부문의 자산규모, 위험자본에 대한 공급 축소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고령층의 소비 축소 경향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됐다. 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평균적인 고령가구의 소득 감소는 다소 완만했지만 소비는 소득 변화에 비해 더 크게 감소했다. 실제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절반 이상이 적정소비 대비 실제소비를 19% 이상 줄였다.
정 연구위원은 "고령가구는 경제활동을 지속하지 않으면 적정 수준의 소비를 유지하기 위한 소득이 부족하다"면서 '고령가구의 소비 수준 제고를 위해서는 주거자산의 연금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거자산의 연금화란 개인이 보유한 부동산을 활용해 일정한 금액을 연금형태로 받는 금융방식을 말한다.
정 연구위원은 정책적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먼저, 현재의 청년·중년 세대가 충분한 퇴직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적 연금 기여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세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예·적금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청년층 자산 형성 지원 사업을 자본시장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연금 계좌로 전환하는 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시대, 금융의 새로운 역할은?
토론에선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위기 모습을 살펴보고 금융의 새로운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의가 이어졌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인구변화대응연구센터장은 향후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자본시장의 위기는 2022년 영국의 LDI(Liability-Driven Investment·부채연계투자 방식)사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LDI란 퇴직연금을 미래에 지급해야할 연금에 맞춰 투자 전략을 짜는 방식으로 주로 국채나 파생상품을 활용해 수익을 낸다. 영국 연기금은 최근 인구고령화에 따라 신규가입자가 줄자 레버리지를 활용하면서 상당 금액을 국채에 투자했다. 문제는 영국 총리가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일어났다. 국채 가격이 급감하면서 연기금들이 치명타를 맞은 것이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국채 매입에 나서며 사태를 진정시켰지만 이 사건은 고령화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송 센터장은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만성적인 형태의 위기로 올 수 있지만 영국의 LDI 위기처럼 급성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조은아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팀장은 "지난해 초고령 사회에 공식 진입한 이후 총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령화가 진행될 수록 가계의 소득은 줄어들고 소비여력도 감소하면서 재무 건정성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팀장은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춰 금융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금융기관이 주로 가계의 자산 확대를 돕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실물 자산의 연금화, 부동산 자산의 유동화 같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고제헌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정책연구팀장은 "고령층은 주택 보유에 대한 인식 변화가 크게 없다. 이는 고령층이 주택 자산을 유지할 경향이 크다는 뜻"이라며 "주택연금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주택 자산 연계 금융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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