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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교사들은 왜 한겨울 거리에 나섰나?

사회/사회 일반

by 위즈경제 2024. 1. 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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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복궁역 앞 교육훼손정책 규탄 집회 열려
▷서이초 진상규명·늘봄학교 지자체 이관 등 불만 목소리 높여
▷참석자 "집회 내용 공감...무너진 교육 현장 세우고자 집회 참여"

27일 서울 정부청사 인근인 경복궁역 앞에서 교육훼손정책 규탄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위즈경제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초등교사노동조합(이하 초등노조)은 27일 서울 정부청사 인근인 경복궁역 앞에서 교육훼손정책 규탄 집회(부제:늘봄학교 규탄)를 열었습니다. 강추위가 한풀 꺾였다지만, 추운 날씨를 뚫은 교사들의 분노의 열기가 경복궁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몇몇 외국인은 지나가다 잠시 멈춰서서 집회 현장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기로 했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앞에는 "늘봄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책임져라"와 뒤에는 "서이초 재조사하고 교사 순직 인정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서이초 사건 진상규명, 교사본질 업무회복, 늘봄학교 지자체 이관 등 교육 현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5,000여명의 교사(경찰 추산 2,500명)들이 참여했습니다.

 

전남에서 올라온 30대 여성 교사 A 씨는 "이번 집회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안들에 대해 공감이 갔다. 특히, 늘봄학교가 교사의 업무 가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고 싶어 멀리서 올라왔다"고 말했습니다.

 

고양시에서 온 20대 여성 교사 B 씨는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 교권이 조금이나마 회복될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교육부는 학부모의 이야기만 듣고 교육의 주체자인 교사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 그래서 무너진 교육 현장을 다시 세우는데 도움을 주고자 이 자리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위한 간식차. 출처=위즈경제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위한 간식차. 출처=위즈경제

 

 

 

집회 앞뒤 공간에는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을 위한 간식 차가 눈에 띄었습니다. 작은 트럭 크기에 뒷문과 옆문이 열리는 간식 차 앞에는 "집회 후원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었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교사와 함께 온 가족들은 간식 차 직원으로부터 어묵과 뜨거운 국물을 받아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먹었습니다. 

 

◇"늘봄학교, 교사의 '교육권' 무시하는 행태"

 

이날 집회는 △모두발언(정수경 위원장) △교사발언1.故 서이초 교사 부모님 발언(대독) △교사발언2.은빛랑 선생님(대독) △교사발언3.고요한 선생님(교사본질업무 되찾기), △교사발언4.늘볼학교 담당자(늘봄학교지자체이관) △교사발언5.김신안 전남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성명문 낭독(백승아 전 수석부위원장)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정수경 초등노조 위원장은 27일 서울 정부청사 인근인 경복궁역 앞에서 교육훼손정책 규탄 집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위즈경제

 

정수경 초등노조 위원장은 27일 서울 정부청사 인근인 경복궁역 앞에서 교육훼손정책 규탄 집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위즈경제

 

정수경 초등노조 위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새해가 되면 교육 현장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그 희망은 헛된 것이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교육부가 ‘늘봄학교’까지 교사에게 시킨다는 건 교사의 ‘교육권’을 무시하는 행태입니다. 교육부는 공교육이 무너졌는데 학교 만능주의적 사고를 고칠 생각이 없다는 뜻입니다. 오늘 그래서 우리가 다시 모이는 이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선생님, 무너진 교육 현장을 다시 세우기 위해 우리가 다시 모인 것을 보여줍시다"라고 힘주어 발언했습니다.

 

노조관계자가 27일 서울 정부청사 인근인 경복궁역 앞에서 교육훼손정책 규탄 집회에 참석해 서이초 교사 A씨의 아버지 발언을 대독하고 있다. 출처=위즈경제

 

다음으로 숙연한 분위기 속에 노조는 실추된 교직 사회가 만든 사회적 죽음임에도 아직 서이초 교사 A 씨의 순직 인정이 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A 씨의 아버지는 "실추된 교직 사회가 만들어 낸 사회적 죽음이란 참담한 상황 속 언제까지 인사혁신처의 대답만 기다릴 수 없다"며 "인사혁신처의 빠른 순직 심의회의 개최와 순직 인정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노조는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제도와 전담 기구 설치 등 교사라는 이유로 감내하고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지켜왔던 것들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A씨 아버지의 발언은 노조 관계자가 대신 읽었습니다.

 

노조는 교육부가 제대로 준비 없이 추진하고 있는 늘봄학교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늘봄 시범학교 담당자 1년을 경험한 경북지역 늘봄부장(노조 관계자 대독)은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도 소통도 없고 제대로 된 인력 준비도 없이 교묘한 말장난으로 현장을 고려하는 척하는 교육부의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그는 "교육부는 독불장군처럼 전국적으로 시행하려는 늘봄학교 도입을 전면 중지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초등노조는 교권 회복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앞으로도 이와 같은 연대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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