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해외 은행보다 평균 PBR 낮아 ▷지나치게 높은 주주환원율...일본보다도 10%↑ ▷전문가 "자본적정성 등 고려해 단계적으로 올려야"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은행권이 기업가치와 주가를 높이고자 벨류업 계획을 공시했지만 해외에서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주주환원 정책 등의 목표를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6일 한국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 산업은 자본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1월 말까지 KRX 은행지수는 37.9% 올라 한국거래소 17가지 부문 지수 중 가장 큰 상승세를 기록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최근 금융업 전반의 주가 흐름을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금융주 전반에 대한 재평가 및 주주환원 강화에 대한 기대가 혼재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은행들의 밸류업계획을 살펴보면 △주주환원 강화 △위험가중자산 관리 △수익성·성장성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은행 산업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에 벗어나 기업 가치와 주가를 높이기 위해 올해 초 발표한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은행 지수에 속한 10개 상장 은행지주 및 은행(이하 은행) 중 9개가 밸류업계획을 공시했다. 신한지주에 속한 제주은행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은행이 벨류업 계획을 공시한 셈이다.
◇벨류업 계획 공시에도...해외은행보다 낮게 평가받아
문제는 국내 은행의 주식이 해외 주요 은행과 비교해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KRX 은행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0를 기록했다.
미국은 10대 상장 은행은 평균 PBR은 1.33이다. PBR이 가장 낮은 씨티은행은 0.71 수준이다. 일본 8대 상장은행은 평균 0.86 PBR을 기록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저조한 상황인 일본우정은행조차 0.58의 PBR을 기록해 국내 은행을 상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주가 상승을 목표로 한 이러한 계획이 실제로는 주주환원율 목표 설정의 지나친 낙관성과 자본비율 연계 등의 경직성으로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가수익비율(PBR)이란 기업의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을 말한다. 기업이 진 빚을 빼고 남은 자산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거나 낮은지를 보여준다. 보통 PBR이 1보다 높으면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 됐음을 의미한다.
◇주주환원율 등 목표를 단계적으로 올려야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의 주주환원 정책의 현재 목표가 적정한지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잠재 부실을 염두에 둔 자본적정성과 해외진출 등 향후 투자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올려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은벨류업 계획에 주주환원율을 50% 수준으로 설정했다. 현재 주주환원율(20%~37.7%)과 일본 은행들의 주주환원율 목표인 40%와 비교해도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 연구위원은"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배당이 순이익에 연계되는 주주환원율이 아닌 주당 배당금 및 배당 증가율 등을 목표로 설정해 미래 배당에 대한 변동성 및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은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주주환원율을 기계적으로 연계하는 접근방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례로 일본 은행들은 CET1과 연계된 경직적 주주환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권 연구위원은"국내 은행들도 밸류업 이행 계획을 분기 또는 반기별로 제공하고, 주가가 부진할 때는 투자자 관계(IR) 등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 방안을 공개하는 등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