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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리더] 떡으로 빚은 놀이 문화, 라이스클레이의 13년

인터뷰

by 위즈경제 2024. 12. 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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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제원 라이스클레이 대표 인터뷰
위즈경제는 6일 오후 라이스클레이 사무실에서 민제원 대표를 만났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이필립 기자 = 지난해 7월, 일본 국제 식품 전시회 ‘JFEX AWARD 2023’에서 52개 식음료 공급업체 중 한국 기업이 3위를 차지했다. 브론즈(BRONZE) 수상의 주인공은 라이스클레이의 놀이교구 ‘쌀이랑 놀자’. 1,2위를 차지한 제품은 순수 식품이었던 것에 반해, ‘쌀이랑 놀자’는 떡 반죽을 찰흙처럼 써 장식품을 만드는 식품공예 ‘키트’였다.

 

“1위는 중국의 ‘녹지 않는 흑임자 아이스크림’, 2위는 태국 음료 ‘모구모구’였어요. 그런 자리에서 ‘듣보잡’인 저희가 3위를 한 거죠. (웃음) ‘예쁜데 맛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방문객으로 붐비는 JFEX AWARD 2023의 라이스클레이 부스. (사진=라이스클레이)
 

 

민제원 라이스클레이 대표는 10여 년 전 친구가 떡케이크를 만드는 것을 보다 영감을 얻었다. 찰흙 대신 떡을 사용한 교구나 공예 키트도 가능하겠다 생각했다. 금융회사 출신 경력단절 여성은 용감했다. 즉시 기술 개발에 착수해 제품이 준비된 2012년에 라이스클레이협회를 만들고, 그렇게 시작한 사업을 13년째 키워 오늘에 이르렀다. 민제원 대표를 6일 라이스클레이 사무실에서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 놀이·교육에 초점 맞춘 전략적 출발

 

Q. 라이스클레이, 회사보다 협회를 먼저 만든 게 눈에 띕니다.

“강사를 키워내기 위해서 그렇게 했어요. 처음부터 쌀 반죽이 갖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교육에 적합하다 생각했습니다. 라이스클레이 개발을 마친 뒤 이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에 착수했고, 협회와 함께 강사 자격증 과정을 만들기 위해 협회에서 출발했죠.”

 

첫 과정에서 배출한 강사는 6명이었다. 이후 교육 현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강사직이 육아와 병행이 가능하다는 게 알려지며, 많은 경력단절 여성이 강사직에 지원했다. 현재 국내의 라이스클레이 강사는 18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40여 개의 교육원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Q. 제품 개발 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건 뭐였나요?

“개발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가장 힘든 건 주변의 시선이었어요. 애초에 쌀은 공예용 반죽 재료로 적합하지 않다는 충고나, 먹을 걸 가지고 장난하는 것 같다는 등 의견을 받았죠. 요즘이야 사람들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라이스클레이로 떡 문화 알리는 걸 좋게 봐주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거든요.”

 

투자 받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라이스클레이는 식품이면서 교육용품이고 문화상품이기도 하다. 때문에 관할 기관이 농림축산식품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에 걸쳐 있다. 어느 한 부처가 딱 떨어지게 담당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 도움을 주려던 정부 부처는 생소한 사업 영역에 투자하기를 주저했다.

 

“사업 경험이 없어 제 준비가 부족한 점도 있었겠죠. 하지만 제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는 아쉬웠어요. 결국 정부 지원 없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라이스클레이로 만든 공예품. (사진=위즈경제)
 

 

◇ 떡은 우리 문화

 

Q. 제품 개발 때 어디에 중점을 뒀나요?

“항상 엄마와 교사 입장에서 고민했어요. 놀이·교육 효과가 좋으면서 안전한 제품을 만들려 했습니다. 영유아는 장난감을 입으로 가져가곤 하잖아요. 목 막힘 사고가 없도록 침에 잘 분해되는 떡을 개발하려 했죠. 햅쌀·생수·천연색소를 고집해 아이가 먹어도 문제없도록 신경 썼고요.”

 

Q. 좋은 재료만 쓰다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아닌가요?

“다른 클레이 제품에 견줘 조금 비싼 건 맞죠. 다만 프리미엄 제품과 비교했을 땐 저희 제품 가격이 더 합리적입니다. 품질은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 앞으로도 타협할 생각이 없어요.”

 

민 대표가 타협하지 않은 건 재료의 질뿐이 아니다. 라이스클레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100% 우리쌀로 제품을 만든다.

 

Q. 사업성으로 따지면 수입쌀을 쓰는 편이 낫지 않나요?

“물론이죠. 일본 공업용 쌀을 수입하자는 일본 기업의 제안을 거절한 일이 있는데, 당시 한국 공업용 쌀보다 그 쌀의 가격이 3배 정도 낮았습니다. 고민 끝에 계속 우리쌀을 쓰기로 했죠. 일본은 외국 문화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능해요. 나중에 일본이 라이스클레이를 일본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걱정됐어요. 떡은 우리 문화니까요.”

 

◇ 코로나19, 민 대표의 승부수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 무렵 코로나19가 유행했다. 라이스클레이는 현장 교육 중심으로 성장한 탓에 곧바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라이스클레이 강의가 모조리 취소되면서 순식간에 매출의 90%가 줄었어요.”

 

Q. 교육용 키트 말고, 전문 식품업체로 탈바꿈할 생각은 안 해봤나요?

“라이스클레이는 제품을 사용하는 아이·부모부터 강사까지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사업이에요. 전면 철수는 선택지가 아니었습니다.”

 

대신 민 대표는 승부수를 띄웠다. 2020년 1월부터 7월까지 한 주에 하나 꼴로 새로운 키트를 선보이는 등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뒤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봄이 되자 제품 문의와 사업제안서가 폭증했다.

 

“우리 회사가 경쟁업체보다 빠르게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제품을 준비했더라고요. 주문량을 맞추느라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등 회사 식구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민제원 라이스클레이 대표. (사진=라이스클레이)
 

 

◇ 비상할 준비, 완료

코로나19라는 긴 겨울을 지낸 라이스클레이는 2025년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민 대표는 내년 상반기 국내 사업 확장을, 하반기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미국 사업을 위한 상온 보관 기술은 이미 20년도에 준비됐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설비 투자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 모델도 다변화할 생각이다. 민 대표는 구독제를 고민하는 중이다.

 

Q. 구독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찍어내야 하지 않나요?

“이미 시즌별 키트는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여기에 교육용 활동지 등을 강화해 콘텐츠로서 가치를 더하려 합니다. 제품, 콘텐츠 모두 자신 있어요.”

 

Q. 라이스클레이의 비전이 뭔가요?

“세계의 아이들이 라이스클레이를 통해 한국문화를 접하는 거죠. 찰흙이나 밀과는 달리 쌀떡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하고 포근한 촉감이 있잖아요. 더 많은 사람이 그 느낌으로 위로 받고 즐거워했으면 좋겠어요.”

 

Q.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주신다면?

“토이저러스(글로벌 완구 전문 매장)에 라이스클레이 제품이 쫙 깔렸으면 좋겠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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