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 정책 추진에 있어 '탈시설'을 '자립 지원'으로 용어 변경
▷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정부가 탈시설을 미사여구로 치장해 당사자를 호도하고 있다"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정부가 일관적인 태도로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대해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이하 ‘부모회’)가 재차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14일, 부모회는 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부의 탈시설법안은 기존 탈시설법안의 ‘탈시설’이란 용어를 모조리 ‘자립 지원’으로 변경하여 마치 장애인의 주거 자립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한 법안으로 오인하게 하고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기존 탈시설법안의 내용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더욱 교묘한 탈시설법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정착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장애인 거주시설의 단계적 축소 및 폐쇄에 관한 법률안’에 이어, 보건복지부의 탈시설 법안은 겉모습만 탈바꿈한 기만적 내용이라는 이야기인데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曰 “보건복지부의 탈시설법안은 ‘자립 지원’이란 부당한 표시로 탈시설의 음모를 속이는 ‘표시광고법’ 위반의 사악한 법안이다”
지난 2023년 11월에 논의된 제2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참고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탈시설 용어 사용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다며 수정의견으로서 ‘자립’을 제시했습니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제한하는 수용환경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탈 시설’을“장애특성과 생활환경에 기반하여 지역사회에서 독립된 주체로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 ‘자립’으로 바꾼 겁니다.
부모회는 탈시설이라는 용어를“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이라는 미사여구로 포장하여, 당사자와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름만 자립일 뿐, 정부는 탈시설과 똑같이 장애인을 시설에서 내보내 그들을 낭떠러지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부모회는 정부가 ‘직권’으로 탈시설을 강요하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수정대안 조문 제17조(지역사회 자립지원의 신청)에 따르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관할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 자립지원을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장애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장애인이 신청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장애인의 경우에는 동의의 온전한 주체가 될 수 있으나, 발달 장애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발달 장애인의 ‘동의’라는 기준은 불명확할 뿐더러, 강제적인 탈시설의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임무영 변호사는 보건복지부의 탈시설법안이“기존 서울시조례와 동일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핵심적인 부분은 제31조(지역장애인정책위원회)와 32조(전달체계)인데, 정부와 지자체는 센터만 지도·감독할 수 있고 현장에 대한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임 변호사는 보건복지부가 논의하고 있는 탈시설 권리보장법에 대해서도, “일부 장애인 단체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부모회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등 지자체장이 자립 지원 대상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게끔 하는 ‘자립욕구조사’를 실시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서 거론했습니다. 부모회는“시도지사가 적극적으로 대상자를 찾아내도록 부추기고 있고, 학대 피해자를 강제로 탈시설시키도록 하고 있다는 점 등이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부모회는 정부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일반논평(5호)과 탈시설가이드라인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 탈시설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모회는 정부가 지침으로 삼는 유엔의 의견이“전세계 각국의 경제 상황과 장애인의 사정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무모한 내용”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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