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버리, 경영진의 경영 부조리로 상장폐지…”피해는 오롯이 주주 몫”
▶주주친화 기업의 몰락의 원인은?
[위즈경제] 이정원 기자 =“유망한 기업의 대표가 직접 회사의 성과를 이야기하고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모습에서 많은 투자자와 주주들은 셀리버리를 향해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거래 정지가 된 이후 모든 것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4일 위즈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한 박수본 셀리버리 주주연대 부대표는 바이오 기업 셀리버리 경영진의 경영 부조리로 야기된 이른바 ‘셀리버리 사태’를 두고 이같이 설명했다.
박 부대표는 “셀리버리에 투자를 결정했을 당시만 해도 모든 일이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고 회상했다.
박 부대표는 “셀리버리라는 회사를 2019년에 처음 알게 됐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막 시작되던 2020년 코로나 치료제를 만들 것이라는 발표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다”라며 “아울러 셀리버리 측에서 동물실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는 발표를 냈고 당시에만 해도 회사가 발표하는 수치와 계획들이 진실될 거라고 믿었기에 아버지와 함께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코스닥에 상장된 셀리버리는 파킨스병, 췌장암, 코로나19 등 치료제 개발에 나서며,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9위에 오를 정도로 성장성이 유망한 기업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셀리버리 외부감사인이 2022년도 재무제표 감사에서 ‘의견거절’을 제출하면서 2023년 3월 거래가 정지된데 이어 2023년도 재무제표에 대해서도 ‘의견거절’을 받아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6월 셀리버리에 대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주주연대와 셀리버리가 서울남부지법에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현재 상장폐지 절차는 보류된 상태다.
#주주친화 기업은 왜 몰락했나
박 부대표는 셀리버리가 주주친화적인 행보를 보여줬던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큰 믿음을 갖고 있던 만큼 배신감도 컸다고 밝혔다.
박 부대표는 “조대웅은 개인 휴대폰 번호를 회사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주주들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직접 답변을 줄 정도로 주주친화적인 행보를 보였다”라며 “IR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기업에서 연 1회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었지만, 셀리버리는 1년에 3-4회나 진행할 정도로 소통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셀리버리의 주주친화적인 태도는 투자자나 주주들 입장에서 굉장히 새롭고 신기한 경험으로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만, 사후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진심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은 결국 조대웅이 자신의 상속세, 배우자의 세금체납 등의 개인적인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주주들의 믿음을 악용한 꼼수였다”고 했다.
이는 비단 박 부대표만의 개인적 심증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다수의 셀리버리 피해 주주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박 부대표가 제공한 ‘셀리버리 피해 사례집’에 따르면 피해자 백 씨는 “당시 다른 회사에도 조금씩 투자를 해봤지만, 셀리버리는 주주들과 소통의 창을 만들어 대표 이사와 주주들과 소통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좋은 기업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라며 “하지만, 조대웅은 주주 게시판을 비롯해 개인 카카오톡과 SNS 등으로 희망성을 강조하는 글과 사진을 교묘하게 노출시켜 주주들을 속이고 결국 지옥의 구렁텅이에 밀어넣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 유 씨는 “셀리버리를 처음 알게 된 건 지인의 추천으로 기술력이 좋고 특례상장이 될 만큼 미래성장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수를 하게 됐다”라며 “회사에서 주주 게시판이나 공지 등을 통해 주주와 소통하고 특히, 대표가 직접 주주와 소통하는 모습에 여타의 상장사와 다르구나 라는 생각과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유 씨는 “이후 인스타를 통해 계약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면서 주주들이 주식 처분을 못하게 막고 정작 조대웅 본인은 주식을 현금화 시키고 거래정지 전일에도 아무 일 없다고 이야기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면서 “지금에 와서 보면 애초에 주주들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 벌인 일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박 부대표는 경영진의 불투명한 자금 유용, 배임, 사기 등 불법행위를 자행한데 이어 고의적인 감사증거 미제출 행위가 셀리버리 사태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봤다.
박 부대표에 따르면 셀리버리는 2021년 10월 임상개발과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전환 사채와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7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해 대략 1150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셀리버리는 마련된 자금을 기존의 목적과 달리 물티슈 전문 기업 ‘아진크린(현 셀리버리 리빙앤헬스)’ 인수에 사용했으며, 이에 대해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셀리버리는 2021년 11월 아진크린이 발행한 주식 전부를 149억 원을 들여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사명을 ‘셀리버리 리빙앤헬스(이하 리빙앤헬스)’로 변경했으며, 다음 달인 12월에는 리빙앤헬스의 주식 9만 4598주를 140억 원에 추가로 취득했다.
아울러 박 부대표는 셀리버리는 모회사가 자회사에 자금을 대여하면 다시 회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내부보고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담보물도 제공받지 않은 채 203억 원은 자회사에 대여하고 이를 모두 대손처리하며, 셀리버리를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게 만든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셀리버리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고의적으로 상장폐지를 유도한 것으로 내다봤다.
박 부대표는“셀리버리의 경영진들은 외부감사인에게 2년 연속으로 회계감사자료를 고의로 제출하지 않아서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았다”라며 “특히 셀리버리 경영진들은 2023년 사업연도 재무제표와 이와 관련된 감사증거를 외부감사인에게 제공하지 않는 등 고의적으로 상장폐지를 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경영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결국 조대웅은 지난 1월 24일 배임, 횡령, 사기적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구속됐다.
#거짓된 기업의 말에 속을 수밖에 없는 주주의 현실
박 부대표는 이번 셀리버리 사태로 인해 5만 명 이상의 주주들이 피해를 봤으며, 이로 인한 피해 규모는 8891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셀리버리 사례처럼 상장 기업이 투자자와 주주를 거짓 정보로 기만하고 이로 인해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경우 주주 보호를 위한 대안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박 부대표는 “한국거래소 공시 프로세스를 들여다보면 공시 시스템에 기업이 정보를 입력하고 거래소 측에 공시 신청을 요청하면 담당자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라며 “문제는 거래소 담당자가 내용의 진위여부를 파악하지 않고 형식적으로만 본다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박 부대표는 “예를 들어 공시를 위해 필요한 5가지 정보가 있다면 단순히 정보가 기입돼 있는지 여부만을 확인하고 그 내용에 대한 심사는 하지 않는다”면서 “이에 대해 거래소 측에 관리 강화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그렇게 하면 우리가 일을 하기 어렵다’였다”고 했다.
그는 이어 “거래소는 회사가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거짓을 알린다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등을 통해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말하면서 회사가 스스로 거짓 공시나 허위 공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부대표는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성장성 특례상장제도’에 대한 한계점을 꼬집기도 했다. 해당 제도를 통해 셀리버리는 지난 2018년 국내 성장성 특례성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바 있다.
박 부대표는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에서는 기술성장기업에 대해 ‘기술평가특례상장제도’와 ‘성장성추천 특례상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라며 “’기술평가특례상장제도’의 경우, 객관성이 담보된 외부기관 1곳 이상에서 기술평가를 받은 기업에 한해, 일반 기업 대비 완화된 상장 요건을 적용받게 되지만, ‘성장성추천 특례상장제도’는 적자 기업이라도 주관사의 추천을 받으면 상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장성 특례상장’으로 상장된 종목의 사후관리가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부대표는 “’성장성 특례상장제도’는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 없이 상장을 하는 방식으로 한국거래소는 ‘상장주관사’에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라며 “이에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상장 후 6개월 간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을 경우에 한해, 신주 청약인이 상장주관사에 환매를 청구할 때 상장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에 환매할 수 있도록 하는 ‘풋백옵션’을 부여하고 있지만, 역으로 6개월 간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지 않으면 주관사의 모든 책임이 소멸된다는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성 특례상장은 상장의 문턱이 낮고 상장유지요건 역시 너무 낮기에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을 낳을 위험이 있고, 이는 곧 투자자와 주주들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라며 “상장 요건을 완화해주는 것과 함께 대표이사에 대한 감시권 강화와 상장유지 요건 강화,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한국거래소가 검찰에 고발하는 등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부대표는 “셀리버리 주주연대는 조대웅의 형사처벌에 집중할 계획이며, 조대웅에 대한 구속 또는 기소 등의 조치가 이뤄진 이후에 주주총회를 개최해 셀리버리의 경영권을 주주연대가 임시로 확보하고, 현재 운영 중인 ‘셀리버리리빙앤헬스’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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