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인신부족·승진 등 관리자의 영향력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
▷교육계, "교사가 학교관리자 선출해야"...공모형식의 일반화 촉구
▷기존방식과 공모형식 섞의 제 3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부산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 그는 요즘 출근길이 지옥불에 뛰어드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지속된 교감의 도 넘은 발언 때문이다. 교감이 A씨에게 "누가 먼저 고백했냐"며 이성친구 유무를 묻는 식이다. A씨가 불만을 제기하자 하루이틀 정도 잠잠해졌지만 곧 부당하고 반복적인 업무상 보복이 시작됐다. 그리고 업무처리가 늦을때마다 "제대로 하는 것 없다"며 핀잔을 줬다. 결국 A씨는 계속된 스트레스로 매일 정신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교장이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B씨에게 면세품 구매를 부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약과에 불과했다. 교장은 성희롱적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B씨는 수치심이 들어 정색했지만 교장은 왜 그런 표정을 짓냐며 오히려 그를 나무랬다. B씨는 계속된 교장의 행동에 견디지 못하고 휴직을 내고 관련 내용을 교육부 갑질 센터에 신고한 상태다.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관리자(교장·교감)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계는 갑질에 대한 인식 부족과 교원의 승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15일 본지가 약 3주간(10월 30일~11월 13일) 전국 초등학교 교사 2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폴앤톡(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 관리자로부터 갑질을 당한적 있냐'는 질문에 '있다'라고 말한 응답자가 88.3%에 육박했다. 반면 '없다'는 12%, '잘 모르겠다'는 6.64%로 집계됐다. 갑질 피해 유형은 '독단적 의사결정이나 부당 업무지시'(33.89%), '휴가·외출·병가·연가 등 승인 관련'(30.29%)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갑질 피해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에는 응답자 33.19%가 '2차 가해나 불이익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학교관리자 갑질, 왜 계속되나?
일선 교사들은 학교관리자가 갑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아 하소연한다. 학교 관리자의 복무제한이 대표적이다. 교사는 휴가·외출·병가·연가 등에 대해 해당 학교의 위임전결규정에 따라 교장 또는 교감에게 복무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학교관리자가 이를 승인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씨는 "공황장애로 병 휴직을 내겠다고 하자 교장은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휴직을 쓰냐며 면박을 줬다"면서 "과거 무슨일이 있더라도 남아서 수업을 진행했던 경험들이 있다보니 요즘 교사들이 복무 신청을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교사 승진에 미치는 학교관리자의 영향력 또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부장급 교사의 경우, 학교관리자의 평가점수가 승진을 결정짓다보니 갑질을 당해도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다.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에 따르면, 교사가 교감으로 승진하려면 평가점수(경력70점,근무성적100점,연수성적15점)와 가산점을 합산해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근무성적은 총 100점으로 40점(교장), 20점(교감), 40점(다면평가)로 구성된다. 전체 평가점수 중 1/3 이상을 학교관리자가 결정 짓는 셈이다.
김학희 대한초등학교협회 회장은 "근무성적 외 경력과 연구실적 그리고 가산점의 경우 교사들 간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면서 "특히 승진을 앞둔 부장급 교사들은 학교관리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 자신이 갑질을 당하거나 인선 교사의 갑질 피해를 듣고도 모른체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승진과 관계없는 일반교사도 갑질 피해를 호소하기란 쉽지 않다.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 교감인 B씨는 "승진 이외에도 관리자의 재량권이 미치는 업무 범위가 넓어 승진을 목표로하는 일반교사가 아니러다도 관리자로의 갑질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밝혔다.
◇대안은?
교육계는 학교관리자의 승진체계를 공모형식으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한다. 교사들이 학교관리자를 선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사들의 투표가 승진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학교관리자는 교사들의 겪는 고충을 조금 더 신경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학교관리자 승진체계는 마일리지 방식과 공모형식으로 나뉜다. 공모 방식의 대표적인 예는 교장공모제다. 초빙형은 일반학교를 대상으로 교장자격증을 소지한 교육공무원을 대상으로 한다. 내부형은 자율학교와 자율형공립고를 대상으로 초중등학교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육공무원 또는 사립학교 교원이면 가능하다. 교장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아도 교장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개방형 자율학교로 지정된 특성화중고, 특목고, 예체능계고를 대상으로 하며, 교장자격증 소지자 또는 교육과정에 관련된 기관 또는 단체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자격대상으로 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 전체 학교 중 교장공모제 운영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9.6%에 불과하다.
다만 무조건적인 공모형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칫 인기투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존 마일리지 방식과 공모형식의 장점을 모은 제 3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 측 입장이다.
김학희 대한초등학교협회 회장은 "공모형식은 자칫 정치판 선거처럼 인기투표로 변질 될 우려가 있다"면서 "기존의 승진제도와 공모형식의 장점을 모은 제 3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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