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만여 명 넘는 동의 얻은 서울시 탈시설 조례 폐지안, 본격적인 심사 앞둬
▷ 부모회, "강제적인 탈시설은 폭력이며 인권침해"
▷ 김현아 회장, "앞으로 거주시설은 사회복지의 핵심역할 맡아야"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3만여 명이 넘는 서울시민이 동의한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안’이 본격적인 심사를 앞둔 가운데,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이하 ‘부모회’)가 탈시설 조례안의 즉각적인 폐기를 주장했습니다.
25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집회 현장에서 김현아 부모회 회장은 “탈시설정책은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의 인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정의 및 형평 등에 반할 수 있다”며, “중증의 발달장애인을 가정에서 돌볼 수가 없어 최후의 선택지로 시설을 택한 부모의 입장에서, 탈시설정책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다시 비극적 상황으로 내모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고 밝혔습니다. 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강제적인 탈시설은 폭력이며 인권침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는데요.
부모회는 탈시설 정책의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우선, 탈시설 조례의 목적이 내포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거주시설의 중증 장애인들을 억지로 지역사회에 정착시킨다고 해도, 지역사회와 교류하기는커녕 생존의 위협에 처한다는 겁니다.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중증의 발달장애인들은 신체적 사고는 물론, 금전 갈취·성폭력 등 여러가지 사회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전국장애인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 탈시설을 주장하는 장애인 단체가 근거로 삼는 ‘UN장애인권리협약’에도 ‘장애인거주시설의 폐쇄’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오히려 ‘일반 국민을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와 시설은 동등하게 장애인에게 제공되고, 그들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되어 있어, 장애인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김현아 부모회 회장은“특히, 장애인 생애주기에 맞는 복지접근이 필요하고 장애의 특성으로 인해 조기노화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들은 65세 전까지 요양서비스에서 제외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며,“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유엔의 문헌을 지엽적으로 해석해 국내의 장애인 거주시설을 모두 폐쇄한다면 자칫 장애인들을 안전망도 없는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발달장애인에게도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탈시설 문제는 제3자가 나서서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장애인을 시설에서 강제로 내보내는 것이 아닌, 가정과 시설,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목표로 장애인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활동지원사나 자립지원주택 등을 통해 복지서비스를 강화한다거나, 장애인연금액을 인상하는 등 일률적인 정책으로는 장애인의 복지를 개선시킬 수 없다고 전했는데요. 김현아 부모회 회장은 “장애인이나 그 가족이 가진 특성이나 경제적·심리적 부양 부담이나 상황, 복지서비스 욕구 등은 천차만별”이라며,“국가가 이를 획일화하여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폭력이나 다름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부모회는 무조건적인 탈시설 정책이 아니라, 장애의 종류와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주문했습니다. 거주시설로 하여금 중증장애인에게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도록 많은 인력을 양성하는 건 물론, 거주시설의 형태 자체도 훨씬 다양하게 변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김현아 부모회 회장은 “최중증의 장애인을 위한 집중지원시설부터 질병을 동반한 장애인을 위한 요양보호시설, 일부 자립생활이 가능한 장애인들을 위한 그룹홈이나 독립주택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만 장애인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거주시설은 가정과 지역사회를 이어주는 삶의 지지대 역할 뿐 아니라 중증발달장애인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복지의 핵심적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5일 열린 부모회의 집회에는 많은 부모들도 참석했습니다. 시흥에서 올라온 보호자 강 씨는“저희 아들은 장애의 정도가 상위 1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힘겨운 아이였다. 지금은 거주시설의 선생님들과 함께 충치 치료, 영화 관람, 수영장 이용 등 많은 경험을 쌓아가며 권리를 누리고 살아가고 있다”며, “거주시설의 삶을 통해 공동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여실히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부모 민 씨 역시“좋은 시설에 들어가서 행복하게 사는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이 저희 엄마들의 행복이고 꿈”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장애인 부모로서, 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김미경 원장은 “시설을 없애는 길에는 상상 이상의 희생이 필요하고, 정말 무서운 일”이라며,“그 희생은 장애인 자녀와 부모들이 모두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덕주 원장은 장애인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도,“10년 전만 해도 80여 분이 시설에 계셨는데, 정원을 계속해서 줄이면서 지금은 45명이 되었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두 분을 신규로 입소시켰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규모가 줄다 보니 시설을 제대로 운용할 수 없고, 에어컨이 고장나서 수리를 신청해도 받아주지 않는 등 열악한 상황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원장은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탈시설 조례안이 폐지될 때까지 응원하겠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한편, 집회 현장에서는 탈시설 정책을 주도하는 일부 장애인 단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김현아 부모회 회장은 “같은 장애인 자녀를 데리고 있는 부모로서, 우리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장애인부모연대가, 왜 장애인 거주시설을 폐쇄하라고 하는 것이냐”고 이야기하면서, “장애인 거주시설을 선택한 우리의 선택권을 빼앗으면 안 된다. 거주시설을 감옥으로 취급하며, 그곳에 아이를 맡긴 우리를 죄인 취급하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밝혔습니다. 장애인 부모 김 씨는“전장연이 탈시설을 주장하는 데에는 목적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업을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탈시설을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전장연이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임금에 간섭하고, 행정기관을 동원하여 시설에 비용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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