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측 “용역계약 종료” vs 강사 측 “실질은 근로관계”
▷전문가들 “계약 명칭보다 실제 지휘·감독 여부가 핵심”
▷경남지노위 2022년 프리랜서 인정 뒤 유사 구조에 근로자성 판단
▷노동위 판단 변화에 영세 사업자 소급 부담 우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한 영세 학원이 과거 노동위원회 판정을 믿고 프리랜서 강사 운영 방식을 유지했지만 몇 년 뒤 같은 사업장의 유사한 계약 구조를 두고 다른 판단을 받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원 측은 "프리랜서 용역계약의 종료일 뿐 부당해고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근로자 측은 "계약서 명칭과 달리 실제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은 근로자였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분쟁은 한 강사의 부당해고 여부를 넘어 프리랜서 계약을 어디까지 근로계약으로 볼 수 있는지와 노동행정 판단의 일관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학원 근로자인가, 프리랜서 강사인가
위즈경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학원(청파창의융합학원) 측은 이번 계약이 애초부터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강사 용역계약이었다고 주장한다. 강사들이 강의가 배정된 시간에만 학원에 나왔고, 일반 직원처럼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나 고정된 근로일이 없었으며, 보수도 수강생 수와 수업 수 등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일부 강사가 다른 학원이나 대학에 출강했고, 수업이 어려울 경우 대체강사를 활용한 사례도 독립적인 프리랜서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들었다. 학원 측은 이와 함께 A씨가 1년 단위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일을 그만둔 것일 뿐 부당해고가 아니며, 학원이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해 구제신청 자체가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도 냈다.
반면 강사 A씨 측은 계약서 명칭이 ‘프리랜서’일 뿐 실제로는 학원 운영 체계 안에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맞선다. A씨 측은 계약서에 근무시간과 강의 시수, 교육·연수 의무, 근무수칙, 지각·무단결근 시 경고장과 시말서 제출 조항, 원장과 운영진의 지시사항 준수 의무가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출퇴근카드 사용과 강의평가, 학부모 상담, 밴드 게시, 교재비·성적표 정리 등 강의 외 업무도 학원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A씨 측은 계약 명칭이 아니라 실제 근무 실태와 사용종속관계를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으로 이어졌다. 노동위는 초심에서 A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계약 종료를 부당해고로 판단했지만, 학원 측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과 증거를 모두 검토한 뒤 재심 개시 여부 또는 채심 청구 자체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학원 강사 근로자성 분쟁, 판단 기준은?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노동·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학원 강사의 근로자성 판단에서 계약서상 명칭보다 실제 근무관계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정근로시간 설정 여부 △기본급 지급 여부 △교육 방식에 대한 피드백과 개선 지시 여부 △고객평가를 통한 업무 구속 여부 △교재·교안 제공 여부 △원장의 강의 배정·배제 권한 여부 △계약관계 기간 △특정 학원 전속성 △강의 외 상담·관리·행사 등 위탁 범위 초과 업무 여부 등이 주요 판단 기준으로 꼽힌다.
재심의 핵심은 계약 형식과 실제 근무 실태가 엇갈릴 때 어느 쪽 사정에 더 무게를 둘 것인지다. 계약서상 명칭이 프리랜서이고 강사가 강의 시간에만 출근했다는 사정은 독립적인 용역계약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면 근무시간과 강의시수, 근무수칙, 교육·연수 의무, 지각·결근 시 제재 조항 등이 실제로 적용됐다면 학원의 지휘·감독 아래 노무를 제공했다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강의 외 업무의 성격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학부모 상담, 밴드 게시, 성적표 정리, 교재비 관리 등이 단순히 강의에 부수되는 협조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학원이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관리한 업무였는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강사가 스스로 수업을 운영한 독립사업자였는지, 아니면 학원 운영 체계 안에 편입돼 정해진 방식대로 일한 사람인지를 가르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실제 판례와 행정해석도 학원 강사의 근로자성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학원이 강의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강의 외 부수 업무를 맡기며, 강사가 사실상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면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은 대학입시학원 종합반 강사들이 ‘강의용역제공계약’을 맺었더라도 출근시간과 강의시간·장소 지정, 다른 사업장 노무 제공 제한, 보수 구조 등을 종합해 근로자로 본 사례가 있다.
반대로 강사가 본인의 강의 일정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고,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으며, 수강료 수입의 일정 비율을 배분받는 구조라면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 대법원은 입시학원 단과반 강사가 학원 시설에서 강의하고 수강료 수입의 일정 비율을 받았더라도 사용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같은 운영 방식에 다른 판단...커진 사업자 부담

2022년 노동위원회 판정문 일부 발췌. 당시 노동위는 강의 시에만 출근하는 방식, 근로일·근로시간의 비고정성, 수강료 비율제 보수, 타 학원 강의의 자유 등을 근거로 프리랜서 계약 관계를 인정했다 사진=학원 측 제공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떠나 본질적으로 남는 쟁점은 행정 판단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같은 사업장의 유사한 강사 운영 구조를 두고 몇 년 사이 노동위원회 판단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강의 시에만 출근하는 방식, 근로일·근로시간의 비고정성, 수강료 비율제 보수, 타 학원 강의의 자유 등을 근거로 프리랜서 계약 관계를 인정했다. 학원은 이 판단이 나온 뒤 7개월 만에 강사 A씨를 같은 방식의 프리랜서 계약으로 채용했는데, 불과 몇 년 만에 같은 운영 방식이 근로관계로 다시 평가된 셈이다.
다만 이를 두고 곧바로 “판단 기준이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근로자성 판단은 계약서 명칭이나 직종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건에서 실제 근무 방식과 지휘·감독 정도, 보수 구조, 업무 범위, 대체 가능성 등을 종합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같은 학원, 같은 프리랜서 계약 형식이라도 실제 운영 방식이나 강사별 근무 실태, 제출된 증거가 달랐다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학원 측은 "이런 전후 상황을 고려 할 때 3년 만에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정반대의 잣대를 들이대는 초심의 판정은 헌법상 '행정의 신뢰보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의 신뢰보호란 국가기관의 판단을 믿고 움직인 사람이나 사업자에게, 나중에 특별한 이유 없이 다른 기준을 적용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문제는 판단이 뒤집힐 경우 사업자가 겪는 부담이 단순한 계약 수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사가 사후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되면 4대 보험료 소급분과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 각종 수당 부담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학원일수록 수천만 원대 비용이 갑자기 생기고, 미지급 임금 문제로 형사책임 위험까지 떠안을 수 있다. 같은 기준이 다른 강사들에게도 적용되면 부담은 수억 원대로 커질 수 있다.
근로자 보호와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은 함께 다뤄야 할 문제다. 행정기관의 판단이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더라도, 같은 사업장의 유사한 운영 구조에 정반대 결론이 반복되면 현장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노동당국은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더 구체화하고, 영세 사업자가 사전에 위험을 점검할 수 있는 실무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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