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근로자 업무시간 3.8% 감소…주 40시간 기준 1.5시간 절감
▷업무처리량 증가는 확인 안 돼…개인 효율과 조직 생산성 사이 ‘단절’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생성형 AI가 사무실 안으로 빠르게 들어왔지만,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아직 숫자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활용은 근로자의 업무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냈지만, 절약된 시간이 실제 생산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25년 5~6월 전국 만 15~64세 취업자 5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생성형 AI 활용과 업무시간, 업무처리량 변화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국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인 51.8%가 업무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확산 속도가 과거 인터넷 확산기보다 약 8배 빠르다고 설명했다.
◇AI는 시간을 줄였다…주당 1.5시간 절감
분석 결과 생성형 AI를 활용한 근로자의 평균 업무시간은 3.8% 감소했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보면 주당 약 1.5시간을 아낀 셈이다.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교육자료 개발 등 인지적 업무에서 AI가 반복 작업과 초안 작성 시간을 줄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무시간 절감 효과를 생산성 증가로 환산하면 잠재적 생산성 향상 효과는 약 1.0%로 추정됐다. 보고서도 현재 수준의 AI 기술만으로도 일정한 생산성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AI 사용시간이 많은 근로자와 근속연수가 짧은 집단에서 시간 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이는 AI가 숙련도가 낮은 근로자의 경험 부족을 일부 보완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다만 직무별 차이는 컸다. 전문직과 사무직, 관리직에서는 시간 절감 효과가 비교적 뚜렷했지만 서비스직, 기능직, 단순노무직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절약된 시간은 어디로 갔나
문제는 줄어든 시간이 곧바로 성과로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활용에 따른 업무시간 절감률과 업무처리량 증가율 사이의 상관계수는 0으로 추정됐다. 일을 더 빨리 끝내는 효과는 있었지만, 그만큼 더 많은 산출을 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은행 연구진은 이를 ‘생산성 단절’로 설명했다. AI가 개별 작업의 효율은 높였지만 업무 흐름, 조직 구조, 인력 재배치 변화로까지 확장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예컨대 보고서 초안 작성이 빨라져도 검토, 결재, 회의, 부서 간 협업 절차가 그대로라면 절약된 시간은 조직 전체의 생산 증가로 연결되기 어렵다.
성과 보상 구조도 변수다. 추가 성과가 임금이나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 조직에서는 근로자가 AI로 아낀 시간을 더 높은 부가가치 업무에 투입할 유인이 약하다. 반대로 자영업자, 전문직, AI 고강도 사용자는 시간 절감이 실제 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예외적 집단으로 분석됐다. 성과가 소득이나 평판과 직접 연결되고, 업무 방식을 스스로 바꿀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가 던지는 주요 메시지는 “AI를 쓰느냐”보다 “AI로 줄어든 시간을 어디에 다시 배치하느냐”에 가깝다.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 사용을 혁신의 증거처럼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존 보고 체계와 결재 라인, 성과 평가 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의 업무 속도만 빨라지고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AI 도입은 생산성 혁신이 아니라 ‘조금 덜 바쁜 하루’에 머물 수 있다.
AI가 생산성을 높이려면 단순한 도구 보급을 넘어 업무 재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어떤 업무를 AI에 맡길지, 절약된 시간을 어떤 과업에 투입할지, 그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할지까지 정해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을 먼저 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줄어든 시간을 새로운 가치로 바꾸는 조직만이 생산성 효과를 실제로 가져갈 수 있다.
| 생성형 AI 일상에 빠르게 자리잡는데…이용 늘수록 불안도 커지는 이유 (0) | 2026.05.29 |
|---|---|
| 3월엔 ‘트리플 증가’, 4월엔 ‘트리플 감소’…경기 회복세에 중동전쟁·기저효과가 겹쳤다 (0) | 2026.05.29 |
| 가상을 넘어 현실로 온 AI 위협…피지컬 AI 보안 공백 메워야 (0) | 2026.05.21 |
| “해외는 규제 논의 중인데”…AI 데이터센터 위험 관리 공백 지적 (0) | 2026.04.30 |
| “진흥만 있고 규제는 빠졌다”…AI 데이터센터 특별법 재검토 요구 (0) | 2026.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