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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자들③] 부자는 어떻게 투자하고, 어디에서 돈을 벌었나

기획연재

by 위즈경제 2025. 12. 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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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익보다 ‘확률’을 계산하는 사람들
▷ 공격보다 관리, 올인보다 분산이 만든 차이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부자는 과연 위험을 즐기는 사람들일까. 흔히 부자는 과감한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부자들은 고위험·고수익보다는 ‘확률이 높은 선택’을 반복하며 자산을 불려온 집단에 가깝다. 이들의 투자 방식은 공격보다 관리, 직관보다 데이터에 가깝다.

최근 1년간 주식시장 강세는 부자의 금융자산 확대를 이끈 주요 요인이었다. 보고서는 부자 가구의 금융자산 전반에서 수익 경험 비율이 증가했으며, 특히 주식 투자 성과가 금융자산 전체의 성과를 견인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 성과를 단기적인 ‘베팅의 결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부자의 투자에는 일관된 패턴이 존재한다.

 

◇ 부자의 투자 성향, 생각보다 ‘보수적’이다

 

보고서는 부자의 투자 성향을 안정지향적 투자와 공격지향적 투자로 구분한다. 여기서 안정지향적 투자란 원금 보전과 안정적 수익을 중시하는 방식이며, 공격지향적 투자는 손실 위험을 감내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조사 결과, 한국 부자의 다수는 여전히 안정지향적 투자 성향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부자의 금융투자 성향 (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5 한국 부자 보고서)

  

이는 부자가 위험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위험을 ‘관리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무작위적 손실 가능성이 큰 투자보다는, 정보와 경험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영역에 자금을 배분한다. 다시 말해 부자의 투자 전략은 공격성보다 재현성에 가깝다.

 

◇ 주식 투자 확대, 그러나 ‘올인’은 없다

 

2025년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부자의 주식 비중 증가다. 전년 대비 부자의 주식 배분 비중은 소폭 상승했으며, 이는 주식시장 강세와 맞물려 금융자산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 투자했느냐다.

부자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보면 장기·중기 투자 비중이 단기 투자보다 훨씬 높다. 특히 해외주식 포트폴리오에서는 장기 투자 비중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는 단기 시세 차익보다는 산업 성장과 구조 변화에 베팅하는 전략에 가깝다.

 

부자의 주식 포트폴리오 구성(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5 한국 부자 보고서)

 

투자 대상 역시 분산돼 있다. 국내 주식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IT·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등 산업 구조 변화와 직결된 섹터의 비중이 높았고, 해외 주식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 산업에 대한 노출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특정 종목이나 테마에 대한 ‘몰빵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 부자는 손실을 피하지 않는다, 다만 견딜 수 있게 만든다

 

부자의 투자에서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손실에 대한 인식이다. 보고서는 부자들 역시 자산 축적 과정에서 크고 작은 손실을 경험했다고 전한다. 금융자산, 부동산자산, 기타자산 전반에서 손실 경험률은 유사한 흐름을 보였으며, 이는 사회·경제 환경 변화가 모든 자산군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차이는 손실 이후의 대응 방식에서 나타난다. 부자는 손실을 ‘실패’로 규정하기보다, 자산 배분을 재조정하는 계기로 활용했다. 리밸런싱, 투자 기간 조정, 위험 노출 축소 등 구조적인 대응을 통해 손실을 관리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 지식과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태도는 ‘부채’에 대한 인식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의 약 40%는 ‘부채도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 동의했다. 이는 무분별한 차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률과 비용을 계산한 레버리지 활용을 뜻한다. 부자에게 부채는 위험 요소이자 동시에 관리 가능한 도구다.

 

◇ 개인 투자자와 부자의 결정적 차이

 

부자의 투자 방식은 개인 투자자 다수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개인 투자자들은 특정 시기, 특정 자산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부자는 자산군 간 분산, 투자 기간 분산, 지역 분산을 동시에 고려한다. 이는 단기 수익률의 차이를 넘어, 장기 생존 확률의 차이를 만든다.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된다. 부자는 큰 수익을 한 번 얻어서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 큰 손실을 피하면서 평균 이상의 수익을 반복해 왔다. 결국 부의 격차는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견딜 수 있는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부자는 시장을 이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신 시장 안에서 오래 살아남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 점에서 부자의 투자는 화려하지 않지만, 매우 현실적이다.

 

부자가 어떻게 투자하고 어디에서 돈을 벌었는지를 살펴보면, 그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고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공격보다 구조, 직관보다 데이터, 단기보다 시간이 부자의 편에 서 있었다.

 

이제 질문은 개인에게로 돌아온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대하고 있는가. 수익률만을 쫓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실패를 견딜 구조를 만들고 있는가. 다음 편에서는 연령대와 자산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부자의 고민을 통해, 부의 관리가 어떤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한국의 부자들] 연재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 사회에서 ‘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자산 구조와 투자 행태, 그리고 부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짚어본다. 단순한 자산 규모 비교를 넘어, 부자들이 어디에 돈을 두고 무엇을 경계하며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데이터로 해석한다. 이를 통해 자산 격차의 구조와 한국 사회 부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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