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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환자의 뜻은 왜 끝까지 지켜지지 못했나

사회/사회이슈

by 위즈경제 2025. 12. 1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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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 원치 않는다”는 선택, 의료현장에선 번번이 흔들렸다
▷자기결정권을 보장한다던 제도, 가족·의료진 중심 구조는 그대로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무의미한 연명의료는 원하지 않는다.”

연명의료에 대한 다수 환자들의 선택은 분명하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인위적인 치료로 연장하기보다는, 존엄을 지키며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사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도 도입됐다. 다만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에도, 이러한 환자의 선택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일관되게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 환자 선호와 의료현실의 괴리, 그리고 보완방안」 보고서는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환자 선호와 실제 의료현실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연명의료를 거부하겠다는 환자 의향은 84.1%에 달하지만, 실제로 연명의료가 중단된 비율은 16.7%에 그친다. 보고서는 이 수치를 제도 자체의 단순한 실패로 단정하기보다는, 제도가 의료현장에서 작동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제약 요인이 중첩된 결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환자는 분명히 말했지만, 결정은 다른 곳에서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수 환자들은 생전에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거나,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선택을 비교적 명확히 전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종기에 이르러서는 인공호흡기 착용이나 심폐소생술과 같은 적극적 연명의료가 시행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의 배경에는 연명의료 결정이 이뤄지는 시점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연명의료 여부는 대개 환자가 의사 표현이 어려운 말기나 임종기에 논의된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직접적인 의사는 확인되기 어렵고, 가족과 의료진이 사실상의 결정 주체가 된다. 환자가 남긴 사전의향서 역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지만, 모든 상황을 규정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작동하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가족들은 치료 중단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죄책감 속에서 치료 지속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의료진 역시 법적 책임이나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판단을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보고서는 연명의료를 거부하겠다는 환자의 선호가 실제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지적한다.

 

◇ ‘환자 중심’ 제도의 이름과 다른 의료현장의 풍경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제도의 취지와 달리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가족 중심, 의료진 중심의 의사결정 관행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환자가 직접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비율은 제한적이며, 보호자의 동의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 현실도 여전하다.

 

의료진이 느끼는 제도적 부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연명의료 중단은 법적으로 허용돼 있지만, 제도 해석의 복잡성, 사후 책임에 대한 우려, 의료기관별 내부 기준의 차이 등은 의료진이 적극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결과적으로 연명의료 지속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으로 인식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한다.

 

이로 인해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환자의 선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임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그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연명의료 결정, 임종 직전이 아니라 치료 과정 전체의 문제다

 

보고서는 연명의료 결정을 임종 직전의 단발성 선택이 아니라, 치료 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논의되고 확인돼야 할 사안으로 바라본다. 환자가 의사 표현이 가능한 시점부터 의료진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연명의료에 대한 가치관과 선호를 공유하고, 그 내용이 진료 과정 전반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실효성을 높이고, 의료현장에서 보다 쉽게 확인·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가족의 역할을 배제하기보다는, 환자의 의사가 최우선적으로 존중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 역시 보고서가 강조하는 대목이다.

 

연명의료는 단순히 치료를 계속할 것인가, 중단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마지막을 둘러싼 선택이 어떤 절차와 기준 속에서 이뤄지는가에 대한 문제다. 보고서는 84.1%의 거부 의향과 16.7%의 실제 중단 비율 사이의 차이가, 환자의 선택과 의료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적 과제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평가한다. 제도의 취지를 의료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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