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8일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7년 맞아 간담회 개최
▷ 국가정보원 화재에 민원 증폭…상담노동자를 위한 심리 상담 미흡

[위즈경제] 전희수 기자 = 17일 사단법인 희망씨 희망연대본부에서 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공공운수노조)은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실효성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오는 18일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시행 7주년을 맞아, 실질적 보호제도의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현장 상담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공운수노조가 실시한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에 따른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조치 이행 실태조사 결과, 대부분의 사업장은 상담노동자를 향한 고객의 폭언을 방지하기 위한 안내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폭언 고객의 재인입 차단 ▲폭언 시 통화 종료 가능 ▲20분 이상 장시간 응대 종료 가능 등의 조치는 절반 이상이 이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희철 희망연대본부 콜센터팀장은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응대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휴게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답변한 경우에도 실제로는 관리자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감정노동자 보호법만으로는 상담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행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따라 전화 상담 시에는 상담원을 위한 보호 문구가 안내되지만, 채팅 상담 채널의 경우 안내 문구가 게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팀장은 감정노동 보호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대표적 사례도 언급했다. 상담노동자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고객을 응대하고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신문고에 ‘상담사 불만 신고’가 접수되면 그 사유만으로 성과평가 점수가 차감되어 급여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팬데믹부터 국가정보원 화재까지… 행정 공백을 메우는 상담노동자들

최근 국가정보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110콜센터 등으로 민원이 폭증, 상담노동자들이 극심한 혼란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선명 경기지역지부 국민권익위공무직분회 분회장은 “지난 9월 26일 국가정보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된 이후 3주가 지난 지금도 복구가 완료되지 않았다”며“그 혼란 속에서 행정안전부는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전 국민에게 민원 신청은 국민콜 110에 문의하라’는 문자를 일괄 발송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문자 한 통으로 상담노동자들은 하루 1만 건이 넘는 전화를 쉴 새 없이 받아야 했다”며 “소수의 주말 당직자와 야간 근무자들까지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 속에서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근무를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이 분회장은 또 “정부는 화재 이후 상담노동자들에게 사기업인 네이버에 올라온 내용을 기반으로 국민들에게 상황을 안내하도록 지시했다”며 "민원 고객들은 국민신문고 접수나 신청 내역 조회가 되지 않는 문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미지급 문제 등에 대한 불만을 상담노동자에게 쏟아내며 ‘책임을 어떻게 질 거냐’, ‘답변을 언제 줄 거냐’고 재촉했다. 심지어 ‘세금만 축내지 말고 일이나 제대로 해라’며 핀잔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욕설과 폭언으로 인한 전화 차단 건수는 화재 당일인 26일보다 다음 날인 27일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상담노동자들이 불면증, 이명, 공황장애, 우울증 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나 장기적이고 정기적인 심리 상담이나 관리 프로그램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는 단순한 전화 상담원이 아니라 국민의 민원을 정부를 대신해 처리하는 행정의 최전선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보호받지 못한 감정노동자이자 지속적으로 소진되어 가는 사람들”이라며“코로나19 시기부터 정부 행정망 마비 등 국가 위기 때마다 상담노동자들이 행정의 공백을 메우며 국민의 불안을 받아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상담노동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현주 든든한콜센터지부 지부장은“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후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효성 있는 법적 조치는 미흡하다”며 “고용노동부와의 간담회를 통해 현장 상담노동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희선 공공운수노조 쟁의국장은“고객의 직설적인 욕설이나 폭언뿐 아니라 장시간 상담이나 교묘한 괴롭힘 등 상담노동자에게 피해를 주는 다양한 행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민원 대응 후 휴게시간 보장과 함께,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는 상담노동자의 직무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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