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행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열고 국회의 헌재 임명안을 사실상 거부할 뜻을 내비쳤다. (사진=연합뉴스)
[위즈경제] 이필립 기자 =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10시반께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는 2시간반 뒤인 4일 오전 1시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그 순간 시작된 탄핵 정국이 3주째 지속되고 있다. 7일엔 100만 시민(주최측 추산)이, 14일엔 200만 시민이 국회에 운집해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탄핵소추안 가결 후인 21일엔 30만 시민이 광화문에 모여 신속한 대통령 탄핵 및 정국 타개를 명령했다.
시민의 명령은 수치로도 드러났다. 엠브레인퍼블릭, 한국리서치 등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3.1%p)에 따르면, 헌법재판소(헌재) 탄핵 심판을 두고 '가급적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68%에 달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은 시민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그 전모가 드러나는 내란죄 및 외환죄 혐의와 별개로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내란죄 피의자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 ▲여당 국민의힘이 발 맞춰 탄핵 절차를 지연시키려 한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 '책임 회피' 윤 대통령
윤 대통령은"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7일 발언과 달리 두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15일·21일 검찰 소환해 불응하며"변호사 선임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두 차례(18일·25일) 출석 요구도 거절하며"수사보다 탄핵 심판 절차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경호처는 16일부터 헌재가 보낸 ▲탄핵심판 접수 통지서 ▲출석요구서 ▲준비명령 수령 역시 거부했다. 천재현 헌재 부공보관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윤 대통령에 대한 서류를 형사소송법 제65조, 민사소송법 제187조에 따라 '발송 송달' 실시했다"고 밝혔다. 발송 송달은 수취인이 서류를 받지 않아도 이를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치다.
이 같은 사법 회피로 윤 대통령이 '탄핵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따른다. 2017년 탄핵정국 때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특검·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한 뒤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 윤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당시 헌재는 이를"헌법 수호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파면 사유에 추가한 바 있다.
수사 기관은 보통 3차례까지 출석 요구를 보낸 뒤 이에 불응할 경우 강제 수사에 들어간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3차 출석 요구를 하는 방안,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 수사에 돌입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