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경제] 이필립 기자 = 전국 147개 대학이 이번 2025학년도 대입부터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입시에 반영해 학폭 기록이 있는 학생의 진학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교육부는 23년 4월 '학교폭력 근절 종합 대책'을 발표해 각 대학이 감점, 지원제한 등 자율적으로 학폭 기록을 입시에 반영하도록 했다. 학급교체, 전학 등 조치사항 기록의 보존기간을 기존의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졸업 직전 기록 삭제 심의에 '피해학생 동의 확인서'를 요구하는 등 기록 관리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 외에도 ▲가·피해학생 분리일을 3일에서 7일로 연장 ▲심의위원회 심의 결정까지 가해학생에게 출석정지 조치 가능 ▲피해학생 전문지원기관을 303곳에서 400곳으로 확대 ▲'피해학생 전담지원관' 제도 도입해 학폭 발생 초기부터 심리상담·의료·법률서비스 맞춤형 지원 ▲17개 시도교육청에 '(가칭)학교폭력예방·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해 가·피해학생 간 관계회복, 법률 서비스 지원 등의 대응책이 포함됐다.
같은 해 8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2026학년도 대입전형기본사항'을 발표해 대학이 학폭 조치사항을 대입에 필수 반영하도록 했다. 각 대학은 전형마다 학폭 조치사항 정도에 따라 감점, 지원제한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시행 예고했지만 여전히 증가하는 학폭
그러나 교육부가 대책을 통해 꾀한 '학폭에 대한 경각심 강화'가 실제로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9월 교육부는 올해 4월 15일부터 5월 14일까지 초4~고3 재학생 398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1차 학폭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폭 피해응답률은 지난해보다 높은 2.1%를 기록해 팬데믹 이후 지속된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8월 교육위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학교폭력 발생 현황'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인다. 2023학년도 학폭 발생 건수는 총 6만1445건으로, 2022학년도(5만7981건)보다 3464건 늘어 학폭 근절 종합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교육부는 “2024년 1차 전수조사 결과 피해응답률은 전년 대비 상승했지만, 최근 3년간의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며 “학폭이 사회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학폭 민감도가 높아져 피해응답률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예방책 부족
지난 9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학폭예방법) 개정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 “학폭 피해 증가세가 둔화했을 것으로 판단해 교육부가 기존 정책의 미흡함을 외면했다”며 “(이번 대책으로) 학교가 사법화돼 학폭 사안 처리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학폭 분야 1호 인증을 받은 노윤호 변호사는 지난해 4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책이 가해학생에게 졸업 후에 불이익을 주는 것에만 집중돼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소송 남발 우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4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폭 기록이 대입에 반영되면 시간 지연을 위해 징계 불복 소송이 늘 수 있어 소송 횟수 제한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교육위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1학기 기준 서울시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1238건 중 1023건이 교육부 가이드라인인 4주 기한을 넘겨 진행돼 심의 지연율이 8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폭 심의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이 심의 지연의 원인”이라며 “고질적인 담당 인력 부족 문제가 이 때문에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학폭기록 대입 반영을 포함한 교육부 '학교폭력 근절 종합 대책'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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